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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공격, 통풍



위의 그림은 18세기 영국의 풍작 만화가 James Gillray가 통풍을 상상해 그린 것입니다. 얼핏 보면 쥐가 사람의 발을 물고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악마'가 물어뜯고 있습니다. 인간이 생각하는 가장 지독한 존재가 괴롭히는 것처럼 아프다는 표현입니다. 통풍환자가 아닌 사람들은 위 그림을 우습게 넘길 수도 있겠으나 실제 통풍환자가 이 그림을 본다면 격한 공감에 눈물을 흘릴지도 모릅니다.



통풍이란?


몸에서 요산(Uric Acid, 단백질이 대사되면서 나오는 물질)의 생성되는 양이 배출되는 양보다 많아지면서 결국 체내에 축적되어 생기는 질병입니다. 이때 대부분의 경우 관절 부위(주로 발가락 등)에 쌓이게 되는데 하필이면 이 요산의 결정구조가 바늘의 형태를 띄고 있어 통증을 유발하게 됩니다. 말 그대로 셀 수 없는 미세한 바늘들이 관절에 밖혀있지만 빼낼 방법을 찾지 못하는 상태와 같습니다.


과거에는 40대 이후의 남자에게서 주로 나타났으나 식습관의 변화로 인해 현대에는 30대 이후의 남자에게도 나타나고 있으며 심지어 20대에게도 발병하곤 합니다. 여성의 경우 이뇨제를 복용하거나 신기능이 저하된 환자같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폐경기 이전에는 나타날 확률이 0에 수렴한다고 합니다.



통풍의 통증은 급성치수염(치통), 요로결석과 더불어 무려 의학계의 3대 고통으로 불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아픔이라고 합니다. 사족이지만 필자는 급성치수염을 굉장히 자주 겪어본 결과, 통풍환자들이 "발을 잘라 버리고 싶은 충동이 든다."라고 하는 말이 이해가 굉장히 잘 되었습니다. 급성치수염에 걸리는 족족 하필 주말에 아파서 응급실비용을 아낀다고 이삼일을 지옥에서 헤메일 때마다 턱뼈를 전부 잘라버리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한마디로 통풍을 걸리게 된다면 삼도천 건너편에서 조상님이 손짓하는 모습을 보실지도 모릅니다. 아마 삼도천에 발을 가끔 담구실 겁니다.



통풍의 원인


요산은 퓨린의 마지막 대사물로서 잔틴 산화효소(xantine oxidase)라는 효소를 갖고 있는 간과 소장에서 합성되어 혈장, 체액, 관절액 내에서는 이온화된 형태인 요산염(monosodium urate)으로 존재합니다. 이러한 요산염의 2/3-3/4은 신장을 통해 배설되고 나머지는 장을 통해 배설됩니다. 따라서 고요산혈증은 혈청 요산의 생성이 증가하거나, 요산의 배설이 감소하거나, 또는 이 두 가지 기전이 함께 존재할 때 발생합니다.



1. 요산의 과잉생산


요산의 과잉생산은 퓨린의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의 기능장애, 용혈성 질환, 림프증식질환, 골수증식질환, 적혈구증가증, 건선, 파젯병, 횡문근융해증, 운동과다, 과음, 비만, 퓨린 과잉섭취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2. 요산의 배설 감소


요산의 생성은 정상이지만 요산의 배설이 감소되어 발생되는 경우로는 신장기능 이상, 요붕증 , 고혈압, 다낭성 신질환, 산혈증, 케톤혈증, 기아, 사르코이드증, 납중독, 부갑상선 기능항진증, 갑상선기능 저하증, 임신중독증 등이 있습니다. 저용량의 아스피린, 이뇨제, 알코올, 항결핵제인 에탐부톨. 피라지나마이드 등의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3. 요산의 과잉생산과 배설 감소


요산의 과잉생산, 배설 감소의 두 가지 기전이 함께 고요산혈증을 일으키는 경우로는 알코올, 쇼크 등이 있습니다.


4. 과한 건강추구


1번에서 이미 운동과다라고 나왔지만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보통 비만인 사람들이 잘 걸린다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보디빌더나 트레이너들도 '높은 체질량', '고단백 식사', 또 무산소 운동으로 인한 단백질 대사의 촉진과 그 과정에서 생성되는 요산이라는 요소 때문에 통풍 환자가 꽤 많은 편에 속합니다.



통풍 자가진단


급성 통풍 관절염은 대부분 엄지발가락 등 단일 관절 부위에 갑자기 통증을 유발하며, 침범된 관절은 붉게 변하고 아주 심한 통증을 동반합니다. 이는 수 시간에 걸쳐 발생하며 열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수 일에 걸쳐 염증은 저절로 나아질 수 있으며, 염증 부위의 피부는 탈락을 일으킵니다. 이러한 경우가 생긴다면 통풍을 의심하고 병원에 가셔서 정밀검사를 받아보셔야 합니다.



통풍의 치료


1. 병원치료


일단 통풍에 대하여 경험이 많은 의사선생님이 계시는 '내과'로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 통풍치료는 요산 강하제에 의해 시작하게 됩니다. 그런데 요산 강하제만 단독으로 처방을 받을 경우, 몸의 요산 농도가 급격히 낮아지고, 이게 오히려 통풍 발작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몸의 요산 농도란 것이 몸 전체적으로 낮아지는 게 아니기에 어느 한 부위의 농도가 집중적으로 낮아지면 안정적이던 체내 요산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체내에서 흐르다가 좁은 관절을 통과하며 다시 쌓이고 결정을 이뤄 발작을 일으키기 쉽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런 세세한 부분을 모르는 정형외과에서는 대뜸 요산 강하제만 처방해주는 경우가 많고 그렇게 요산 강하제만 처방받아 통풍치료를 하게 되면 한동안은 이삼일에 한 번씩 발작이 재발하는 지옥을 겪게 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통풍 치료 경험이 많은 내과에서는 요산강하제와 함께 콜히친, 소염제 등을 함께 처방해주고 발작이 일어나면 콜히친이나 소염/진통제를 같이 복용하게 합니다. 그러므로 관절에 이상을 느끼고 정형외과를 가서 '통풍'이라고 진단받으셨더라도 수소문하여 통풍에 경험있는 내과에서 치료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2. 가정에서의 치료(반드시 병원치료와 같이)


·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섭취하기(비타민 C)

· 물을 항상 많이 마시기

· 통풍부위 지속적인 마사지

· 퓨린이 많이 들은 음식 피하기(육류, 어류, 술 등)




통풍의 예방


1. 식이요법


· 과식을 피하고 체중을 줄일 수 있는 식이요법

· 전체적인 칼로리를 낮추는데 탄수화물 함량을 줄이고 단백질 함량을 다소 늘이며 불포화 지방을 함유한 식이요법

· 동반된 질환으로 당뇨병 (당뇨식), 고지혈증 (저지방), 심혈관계 질환 (저염식)에 유리한 식이요법


2. 음주 절제


통풍환자의 절반 정도가 과음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알코올은 신장으로부터 요산의 배설을 감소시키고 퓨린 합성의 자극과 요산합성의 증가로 고요산혈증을 일으킵니다. 규칙적으로 적당량의 맥주를 마시면 음주량에 비례해서 통풍 발생이 증가되지만, 적당량의 와인을 마실 경우에는 통풍의 위험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알코올의 종류에 따라 통풍의 발생 위험도가 다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기도 합니다.






과거 통풍은 서양에서 '왕의 질병'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알렉산더 대왕, 샤를마뉴 대제, 헨리 8세, 루이 14세, 아이작 뉴턴, 벤자민 프랭클린 등의 역사적 위인들은 모두 통풍으로 인해 고생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잘 먹고 잘 살아서 가졌던 높은 비만도입니다. 이런 위인들 외에도 먹는 것에 걱정이 없는 사람들이 주로 통풍에 걸렸기 때문에 '왕의 질병'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5년간 우리나라의 통풍환자가 무려 40.6%나 증가했으며 특히 젊은이들의 증가율이 가장 높다고 합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풍요의 질병인 통풍의 위험지대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식탁이 더 좋아짐에 따른 결과이긴 하지만 당연히 축하할 일이 아닙니다. 지금 당장은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계시더라도 통풍의 침공에 대비하여 몸의 적절한 균형을 위한 착한 식습관과 '적절한' 운동을 시작하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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